인지신경로봇 - 1
학위 논문을 쓰면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보니, 국내에서 인지신경로봇학 (Cognitive Neurorobotics)에 대한 글이 상당히 부족한걸 발견하였다. 구글에서 “인지로봇”으로 검색을 하면 11,000건으로 꽤 많은 한글로 쓰여진 글들이 나온다 (참고로 영어 - Cognitive Robotics - 로 검색하면 136,000이 나온다..). “신경로봇”은 1,010건 (“neurorobotics”는 169,000건!), 그리고 “인지신경로봇” 은 단 8건 ( “cognitive neurorobotics”는 542건)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8건 중 하나는 이 블로그의 글이고 나머지는 내가 있던 KAIST의 연구실과 관련된 글이다.
그래서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짬을 내서 인지신경로봇학 (혹은 신경로봇학)에 대해서 한글로 써볼까 한다. 물론 몇몇 부분은 인지로봇의 내용과 겹칠수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다른 글들을 인용해가면서 쓰려고 한다. 기존에 있는 자료들과 나의 작은 글들을 엮어 인지신경로봇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서. (먼?) 미래에 인지신경로봇이 조금 더 유명져서, “너는 무슨 공부하니?” 라는 질문에 “인지신경로봇을 공부합니다” 라고 대답했을 때 “그게 뭔데?” 가 아니라, “아 재밌는 공부하고 있구나” 라는 반응을 듣고 싶다. (이건 사실 이 글들을 쓰기 시작한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인지신경로봇학에 관한 첫 번째 글로 무엇을 쓰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故 이정모 교수님게서 블로그에 올려놓으신 인지로봇 관련 글 한토막을 인용함으로써 시작할까 한다 (아래 글에서 강조된 부분은 내가 한 것이다). 2007년에 쓰인 글이지만, 하나도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인지과학과는 주제가 중복됨에도 불구하고 인지과학과는 상당히 독립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로보틱스 연구가 90년대 말 부터 인지과학과 연결이 밀접하여지기 시작하였다. 로봇의 몸통 움직임 제어 중심으로 연구되어 오던 로보틱스가 감각, 지각, 학습, 발달, 언어, 추론, 사회적 인지 및 학습, 정서 등의 고차 기계적 인지기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지과학과의 연결은 필연적이 되었다. 그에 따라, 인지로보틱스, 발달로보틱스 등의 분야가 생겨나고 인지로봇(cogbot), 사회로봇, 정서로봇 등의 개념이 생겨났다. 인지과학에서 연구된 원리를 응용하여 보다 지능적인 로봇을 제작하는 과제가 로보틱스와 인지과학의 응용적 연결고리로 부상된 것이다 (물론 과거의 로봇 연구주제였던, 몸통움직임의 제어는 그 상당 부분이 motor-coordination 이라는 지각심리의 한 하위 영역 주제이었던 것이고 지각심리학자, 신경생물 심리학자들에 의하여 연구되어 왔었던 것이지만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로보틱스 연구가 인지과학에 (그 역인 반대 방향으로의 관계라기보다)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로보틱스 연구가 인지과학 이론의 검증마당을 제공한다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인공지능학은 인지과학 형성 초기와 발달 중기에는 마음의 정보처리적 과정에 대한 인지심리학적 모델과 이론이 과연 타당한가를 검증하는 유일한 마당(test-bed)으로서의 기능을 하여왔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이후에 이 검증마당의 역할의 상당부분을 인지신경과학(뇌과학)에 내주게 되었다. 90년대를 넘어서며 상황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 같다. 그 동안 인공지능, 인지신경과학이 차지하던 마음의 인지적, 신경적 과정의 검증 마당의 위치를 로보틱스가 점차 조금씩 차지하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지심리학이론, 더 나아가서는 인지신경적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새로운 모델과 이론을 도출하는 검증마당으로서의 인공지능 연구의 역할을 점차 로보틱스 연구에 상당히 내어줄 것으로 생각된다(물론 둘을 구분하여 경계짓기가 상당히 어럽지만). 로보틱스가 단순히 인지과학 이론의 응용에 국한되지 않고, 인지과학 이론을 도출하고 검증하는 마당으로서의 역할이 증대함에 따라, 또한 인간과 로봇의 구현 수준에서이 인터페이스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로보틱스가 인지과학에서 차지할 위치가 점차 증대되리라 본다.
(이정모 교수님의 블로그 인지과학의응용분야1:종교,문학,로보틱스,경제학,인지공학,법학 에서 인용)
덧.
이정모 교수님께서 불과 얼마전 돌아가셨다. 좋은 곳에서 편하게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