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간 마구잡이로 책을 읽다가, 이제는 독후감을 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 독후감에 관한 글 중에서 너무나 마음 깊이 와 닿은 구절이 있어서 잠깐 소개한다.

좋은 독후감은, 그러니까 책과 내 삶이 충돌해 일으킨 파장의 기록이다. 읽은 책 때문에 떠오른 슬프거나, 기쁘거나, 부끄러운 기억과 그것에 대한 나의 솔직한 성찰을 적으면 된다.

벌써 눈치챘겠지만, 독후감은 결국 책을 읽은 사람이 중심이 된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으며 떠오른 기체와 같은 상념을 글로 사로잡아 ‘동결’하자는 것이니까

글 이권우(도서평론가) . http://m.ch.yes24.com/article/view/34991

앞으로 남길 나의 독후감들은 객관적인 도서평이 아니라, 나의 짧은 지식이 어쩌다 내 손안에 쥐어진 책들과 일으키는 파장의 기록들이다. 더 넓은 시야로 책들을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공대 공부를 하면서 곁눈질로 다른 공부를 흘끔거렸던 내가 만드는 독후감들은, 어쩌면 편향적인 지식의 큐레이팅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파장의 기록들이 하나하나 모여 내가 좋아하는 “인간과 기계, 그리고 그 사이의 무엇” 에 관한 나의 생각들이 더 잘 정리되어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말하지만, 책에 대한 평가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동결하는데 그 목적이 있고, 책에 대한 평가가 있더라도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